“돌봄은 기본권”…미주인권재판소 선언의 함의 [세상읽기]
2025년 8월, 국제인권법제계에 중요한 변천점이 이루어졌습니다. 미주인권재판소(IACHR)는 돌봄의 인권적 성격과 범위에 대한 권고적 의견을 발표하여, 돌봄을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기 위한 독립적인 인권으로 공식적으로 인정했습니다. 이는 인권 역사상 처음인 사건으로, 국제법의 틀을 재정의하였습니다. 이번 선언의 주요 내용은 돌봄의 세 가지 측면으로 나뉩니다. 첫째, 돌봄을 받을 권리인데, 이는 장애인, 노인, 어린이, 질병이나 상처를 입은 사람 등 의존성이 있는 모든 사람이 존엄하게 살기 위해 충분하고 질 높은 돌봄이 보장되어야 함을 강조합니다. 둘째, 돌봄을 제공할 권리인데, 가정 내 무급 노동이나 시장에서 지불되는 노동이든 관계없이 돌봄을 제공하는 모든 사람은 차별받지 않고 존엄한 환경에서 자신의 인권을 보장받으며 돌봄을 수행할 권리가 있습니다. 셋째, 자기 돌봄의 권리인데, 돌봄을 주는 사람인지 받는 사람인지 관계없이, 자신의 신체적·정신적·감정적 요구를 살피고 스스로의 안녕을 도모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 필요한 자원을 누릴 권리입니다. 이 선언은 또한 돌봄의 성별 불평등과 사회적 책임에 대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재판소는 여성이 남성보다 무급 돌봄 노동을 3배 이상 부담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하였고, 이러한 불평등한 분배가 여성의 노동권, 교육권, 사회보장권을 침해하는 구조적 장애물이 되어온다는 것을 지적했습니다. 무급 돌봄 노동이 국내총생산(GDP)에 결정적으로 기여하면서도 그동안 '비가시적' 상태로 방치되어왔음을 지적하며, 재판소는 국가와 사회가 돌봄의 책임을 함께 나누는 '공동 책임의 원칙'을 실현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이 선언은 구체적 분쟁에 대한 판결이 아니라, 협약 비당사국인 한국의 경우에도 직접적인 법적 구속력을 갖지 않지만, 국제인권법상 상당한 규범적 권위를 지니며, 각국의 입법과 재판에서 핵심적인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한국 역시 2008년 돌봄통합지원법 등 돌봄 정책과 법제를 발전시켜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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